Mole 라이선스 메일 400여 통을 다시 보낸 뒤
오늘은 오랫동안 미뤄 둔 일을 하루 날 잡아서 드디어 끝냈습니다. Mole을 판매하기 시작한 5월부터 9월 말까지의 주문 중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주문을 살펴보고, 라이선스 키를 한 통씩 다시 보냈습니다. 모두 400통이 조금 넘었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작은 마법 같은 기능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AI로 간단한 로컬 스크립트를 만들어 이메일 주소와 키를 정리한 뒤, 구매 월과 국가, 언어에 맞춰 한 통씩 다시 보냈습니다. 홍보 메일도, 빨리 활성화하라고 재촉하는 메일도 아니었습니다. 가볍게 메시지를 보내듯, 구매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고,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예상보다 재미있었던 답장
여러 나라의 사용자에게서 답장이 하나둘 도착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대화가 됐습니다.
개발을 응원하려고 샀고 자신은 Terminal 버전을 더 좋아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GUI는 완전히 잊고 계속 CLI만 사용하던 분도 있었습니다.
자기 것과 가족에게 줄 것, 이렇게 라이선스 두 개를 산 분도 있었습니다. 하나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계획이라 아직 활성화하지 않았고, 키는 이미 비밀번호 관리자에 저장해 두었다고 했습니다. 읽으면서 세상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컴퓨터에서 쓸 수 있었는데, 나중에 회사가 승인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금지해서 자기 새 Mac을 기다리는 분도 있었습니다. 할인할 때 샀지만 아직 MacBook이 없어서, 새 컴퓨터가 도착하면 바로 활성화하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한편 결제할 때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한 분도 있었습니다. 급하게 입력했는지 gmai.com, gmail.con, cloud.com 같은 주소였고, 저에게 연락하지도 않았습니다. 첫 메일을 받지 못해 빨리 사용하려고 한 번 더 구매한 분도 있었습니다.
Prefect!라고만 답한 분도 있었고, 중국 국경절 연휴에 Mole의 이름을 중국어로 느긋하게 쉬는 표현과 연결해 농담을 보내 준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답장을 읽는 게 즐거웠습니다.
샀다고 바로 쓰는 것은 아니다
활성화 키를 받지 못한 사용자는 전체 구매자 중 아주 적은 일부였고, 평소 문의 메일로 이미 해결해 드린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앱을 파는 회사 중에는 돈을 받으면 관계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곳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Mole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 갈 재미있는 일이 아직 많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샀다고 바로 쓰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자가 상상하는 것처럼 발견하고, 사고, 곧바로 쓰는 순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가볍게 구매한 뒤 키가 받은편지함에 들어오면, 생각날 때 쓰기도 합니다. 돈은 냈지만 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매와 실제 사용 사이에는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의 빈 구간이 있습니다. 직접 한 걸음 다가와 키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분도 많지만, 그러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개발자가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 특히 엔지니어 출신은 기능에 몰두해서 계속 새 기능을 개발하기 쉽습니다. 구매 과정에서 실제 사용과 경험을 살펴보거나, 기능 밖의 경험을 개선하는 일은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사용자와 대화할 좋은 기회이자 통로입니다. 실제 대화는 중요하고, 자신이 만든 제품에서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합니다.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일도 조금 더 해 보기
프로그래머는 자연스럽게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일을 좋아합니다. 무엇이든 도구나 자동화, AI로 해결해 수고를 줄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코드 자체가 큰 장벽이 아니게 된 지금은,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일을 조금 더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한 번 해 봐야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개선할지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생각만으로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Paul Graham은 2009년 Startups in 13 Sentences에서, 초기에는 규모를 키울 수 없을 만큼 세심한 고객 지원이 사용자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썼습니다. 이후 Do Things that Don't Scale에서는 Wufoo가 새 사용자에게 손으로 감사 편지를 쓰고, Stripe가 사용자의 노트북을 받아 그 자리에서 설치를 도와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메일을 한 통씩 다시 보내면서 그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느꼈습니다.
직접 해 보니 개발을 응원하려는 사람, 새 컴퓨터를 기다리는 사람, 받지 못한 메일 한 통 때문에 멈춰 있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미활성화라는 표시만으로는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 차이는 구체적입니다. 응원이나 선물로 샀거나 새 Mac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활성화를 재촉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 쓴 주소나 도착하지 않은 메일은 전달이 끝나지 않은 경우입니다. 둘 다 관리 화면에서는 미활성화로 보입니다. 모두에게 같은 메일을 보내기 전에 이유를 알면 키를 다시 보낼지, 구매 과정을 고칠지, 감사 인사만 전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만든 작은 마법
그래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구매 후 과정을 조금 개선했습니다. 결제를 마치면 Mole 공식 사이트의 페이지로 이동해 활성화 키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결제 플랫폼에서도 메일을 보내지만, 주소를 잘못 입력했거나 메일이 차단됐더라도 구매 직후 키를 확인하고 복사할 수 있습니다.
다음 버전의 Mole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하나 더 들어갑니다. 웹페이지에서 활성화를 누르면 설치된 Mole 앱이 앞으로 열리고 라이선스 활성화 화면에 키가 자동으로 입력됩니다. 직접 복사해서 붙여 넣을 필요 없이 마지막에 활성화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이 기능은 웹페이지가 Mole이 받을 수 있는 링크를 macOS에 주고, 시스템이 설치된 앱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입력란만 채우고 활성화를 대신 확정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누른 뒤 기존 라이선스 검증을 거칩니다. 이미 활성화된 Mac의 키도 바꾸지 않습니다. 복사와 붙여넣기는 줄이되 마지막 결정은 사용자에게 남깁니다.
데스크톱 앱과 프런트엔드를 개발해 본 엔지니어라면 앱을 열고 값을 채우는 구현이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에게는 놀랍고 신기한 마법처럼 느껴질 겁니다. 이렇게 간단하다니, 이 제품이 나를 위해 조금 더 해 줬구나 하고요.
아마 이런 것이 제가 제품에서 추구하는 부분일 겁니다. 작고 재미있는 기능으로 사용자에게 마법 같은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해커와 화가 사이 어딘가에 있는 엔지니어의 모습을 늘 꿈꿔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