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le 라이선스 메일 400여 통을 다시 보낸 뒤

> 5월부터 9월까지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주문에 키를 다시 보냈습니다. 답장에서 알게 된 사정과 구매 후 경험, 다음 버전의 활성화 기능을 이야기합니다.

Published: 2026-10-03

오늘은 오랫동안 미뤄 둔 일을 하루 날 잡아서 드디어 끝냈습니다. Mole을 판매하기 시작한 5월부터 9월 말까지의 주문 중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주문을 살펴보고, 라이선스 키를 한 통씩 다시 보냈습니다. 모두 400통이 조금 넘었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작은 마법 같은 기능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AI로 간단한 로컬 스크립트를 만들어 이메일 주소와 키를 정리한 뒤, 구매 월과 국가, 언어에 맞춰 한 통씩 다시 보냈습니다. 홍보 메일도, 빨리 활성화하라고 재촉하는 메일도 아니었습니다. 가볍게 메시지를 보내듯, 구매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고,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예상보다 재미있었던 답장

여러 나라의 사용자에게서 답장이 하나둘 도착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대화가 됐습니다.

개발을 응원하려고 샀고 자신은 Terminal 버전을 더 좋아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GUI는 완전히 잊고 계속 CLI만 사용하던 분도 있었습니다.

자기 것과 가족에게 줄 것, 이렇게 라이선스 두 개를 산 분도 있었습니다. 하나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계획이라 아직 활성화하지 않았고, 키는 이미 비밀번호 관리자에 저장해 두었다고 했습니다. 읽으면서 세상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컴퓨터에서 쓸 수 있었는데, 나중에 회사가 승인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금지해서 자기 새 Mac을 기다리는 분도 있었습니다. 할인할 때 샀지만 아직 MacBook이 없어서, 새 컴퓨터가 도착하면 바로 활성화하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한편 결제할 때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한 분도 있었습니다. 급하게 입력했는지 gmai.com, gmail.con, cloud.com 같은 주소였고, 저에게 연락하지도 않았습니다. 첫 메일을 받지 못해 빨리 사용하려고 한 번 더 구매한 분도 있었습니다.

Prefect!라고만 답한 분도 있었고, 중국 국경절 연휴에 Mole의 이름을 중국어로 느긋하게 쉬는 표현과 연결해 농담을 보내 준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답장을 읽는 게 즐거웠습니다.

## 샀다고 바로 쓰는 것은 아니다

활성화 키를 받지 못한 사용자는 전체 구매자 중 아주 적은 일부였고, 평소 문의 메일로 이미 해결해 드린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앱을 파는 회사 중에는 돈을 받으면 관계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곳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Mole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 갈 재미있는 일이 아직 많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샀다고 바로 쓰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자가 상상하는 것처럼 발견하고, 사고, 곧바로 쓰는 순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가볍게 구매한 뒤 키가 받은편지함에 들어오면, 생각날 때 쓰기도 합니다. 돈은 냈지만 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매와 실제 사용 사이에는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의 빈 구간이 있습니다. 직접 한 걸음 다가와 키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분도 많지만, 그러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개발자가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 특히 엔지니어 출신은 기능에 몰두해서 계속 새 기능을 개발하기 쉽습니다. 구매 과정에서 실제 사용과 경험을 살펴보거나, 기능 밖의 경험을 개선하는 일은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사용자와 대화할 좋은 기회이자 통로입니다. 실제 대화는 중요하고, 자신이 만든 제품에서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합니다.

##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일도 조금 더 해 보기

프로그래머는 자연스럽게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일을 좋아합니다. 무엇이든 도구나 자동화, AI로 해결해 수고를 줄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코드 자체가 큰 장벽이 아니게 된 지금은,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일을 조금 더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한 번 해 봐야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개선할지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생각만으로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Paul Graham은 2009년 [Startups in 13 Sentences](https://paulgraham.com/13sentences.html)에서, 초기에는 규모를 키울 수 없을 만큼 세심한 고객 지원이 사용자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썼습니다. 이후 [Do Things that Don't Scale](https://paulgraham.com/ds.html)에서는 Wufoo가 새 사용자에게 손으로 감사 편지를 쓰고, Stripe가 사용자의 노트북을 받아 그 자리에서 설치를 도와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메일을 한 통씩 다시 보내면서 그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느꼈습니다.

직접 해 보니 개발을 응원하려는 사람, 새 컴퓨터를 기다리는 사람, 받지 못한 메일 한 통 때문에 멈춰 있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미활성화라는 표시만으로는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 차이는 구체적입니다. 응원이나 선물로 샀거나 새 Mac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활성화를 재촉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 쓴 주소나 도착하지 않은 메일은 전달이 끝나지 않은 경우입니다. 둘 다 관리 화면에서는 미활성화로 보입니다. 모두에게 같은 메일을 보내기 전에 이유를 알면 키를 다시 보낼지, 구매 과정을 고칠지, 감사 인사만 전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 덕분에 만든 작은 마법

그래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구매 후 과정을 조금 개선했습니다. 결제를 마치면 Mole 공식 사이트의 페이지로 이동해 활성화 키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결제 플랫폼에서도 메일을 보내지만, 주소를 잘못 입력했거나 메일이 차단됐더라도 구매 직후 키를 확인하고 복사할 수 있습니다.

다음 버전의 Mole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하나 더 들어갑니다. 웹페이지에서 활성화를 누르면 설치된 Mole 앱이 앞으로 열리고 라이선스 활성화 화면에 키가 자동으로 입력됩니다. 직접 복사해서 붙여 넣을 필요 없이 마지막에 활성화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이 기능은 웹페이지가 Mole이 받을 수 있는 링크를 macOS에 주고, 시스템이 설치된 앱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입력란만 채우고 활성화를 대신 확정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누른 뒤 기존 라이선스 검증을 거칩니다. 이미 활성화된 Mac의 키도 바꾸지 않습니다. 복사와 붙여넣기는 줄이되 마지막 결정은 사용자에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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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deo src="https://mole.fit/img/blog/mole-active.mp4" poster="/img/blog/mole-active-poster.webp" width="1920" height="1122" controls muted playsinline preload="none" aria-label="다음 버전 Mole의 활성화 시연. 웹페이지를 클릭하면 앱이 열리고 키가 입력됩니다. 소리 없는 영상이며 직접 재생할 수 있습니다."></video>
  <figcaption>다음 버전의 활성화 시연. 웹페이지를 누르면 Mole에 키가 입력되고,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활성화를 확인합니다.</figcaption>
</figure>

데스크톱 앱과 프런트엔드를 개발해 본 엔지니어라면 앱을 열고 값을 채우는 구현이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에게는 놀랍고 신기한 마법처럼 느껴질 겁니다. 이렇게 간단하다니, 이 제품이 나를 위해 조금 더 해 줬구나 하고요.

아마 이런 것이 제가 제품에서 추구하는 부분일 겁니다. 작고 재미있는 기능으로 사용자에게 마법 같은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해커와 화가 사이 어딘가에 있는 엔지니어의 모습을 늘 꿈꿔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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